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스토리
15살인 은유에게 펼쳐진 신기하고도 황당한 이야기가 있다. 느리게 가는 우체통이라고 해서 현시점에 내가 나한테 편지를 쓰면 1년 뒤에 내가 받아본다는 우체통이다. 재혼하는 아빠가 못마땅한 이야기 지금 내 처지에 대한 푸념들을 잔뜩 써서 우체통에 붙였더니 과거에 살고 있다는 아이가 답장을 한 것이다. 1980년대라는 은유와 2016년대 은유. 둘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놀랍게도 둘 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은유는 과거에 산다는 은유에게 이곳이 미래임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예언들을 하고 과거에 사는 은유는 그 예언들이 적중하는 것을 보며 매우 놀라워했다. 결국 서로가 다른 시점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에 사는 은유는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안 계셨는데 엄마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는 아빠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엄마에 대한 궁금증과 그리움이 커졌다. 아빠는 말이 없는 무뚝뚝한 분이었고 사춘기 딸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몰라서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곤 했던 어설픈 아빠였다. 아빠의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은유의 마음속에는 당연히 아빠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은유가 한 말 중에서 가슴 아팠던 부분이 있었는데 아빠 그 애가 나보고 불쌍하대요. 엄마만 없는 게 아니라 아빠도 없는 것 같대요. 난 괜찮은데 자꾸 나보고 불쌍하대요. 그래서 싸웠어요. 반성문도 쓰기 싫었어요. 이 얘기하고 싶어서 하루 종일 아빠만 기다렸어요.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근데 왜 아빠는 나한테 아무것도 안 물어봐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진 미래의 은유를 위해 과거에 사는 은유는 은유 엄마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과연 과거의 은유는 미래의 은유 엄마를 찾아낼 수 있을까? 사춘기 딸과 아빠와의 갈등을 소재로 했지만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흥미진진한 스토리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고 다음 스토리가 계속 궁금했다.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보다 그것을 어떻게 드러내는가가 중요하다. 가장 흔한 주제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문학적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 작품은 이 어려운 일에 성공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떠난 사람을 잊는 일이 아니라 마음껏 그리워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며 애도할 시간이다. 재미와 감동을 지닌 이 작품이 아프고 고단한 요즘 청소년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면 좋겠다. 이 소설은 읽을수록 매력 있었는데 계속 읽게 만드는 것, 감동을 주는 것 그리고 책을 덮었을 때 잔상이 남는 것. 딱딱한 글이 아니라 모든 페이지가 상대방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듯 편안한 구어체로 적혀 있어서 221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이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는 의미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에는 엄마와 자녀랑 같이 읽으면 같이 대화할 수 있는 대화거리들이 있어서 엄마랑 자녀랑 같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그런 관계가 아니어도 한번 읽어보시면 가족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내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가족이기 때문에 어쩌면 내가 더 이해해야 될 부분이 더 많구나 엄마니까 날 다 아는 게 아니구나 이런 걸 아이들도 어른들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타임워프 소재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시공간을 초월한 타임워프 형식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이런 타임워프 물든 영화나 애니메이션에도 종종 볼 수 있었던 소재이다. 오래전 영화인 시월애, 동감, 드라마 시그널 같은 편지나 무전기 같은 매개체로 현재와 과거를 잇는 타임워프 장르이다. 이런 소재는 현재와 과거가 만날 때의 논리가 되게 중요한데 이 책은 그 구성이 굉장히 탄탄했다. 그리고 미래의 은유의 말투와 과거 은유의 말투가 시대에 따라 다르고 과거의 은유가 나이 들수록 달라지는 말투도 정말 잘 그려낸 것 같다. 미래의 은유가 과거 젊은 시절 아빠의 모습을 발견하고 아빠의 진심을 깨달으면서 훈훈한 가족애까지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은 한줄평을 얘기하자면 엄마는 세계를 건너 너에게 언제든 갈 수 있어!라고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