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인사, 스토리 및 리뷰 김영하 작가 장편소설 - 지뚱
책 리뷰 / / 2023. 1. 28. 18:27

작별 인사, 스토리 및 리뷰 김영하 작가 장편소설

반응형

작별 인사, 스토리

추운 계절의 아침 달리기를 하다 집으로 돌아온 기운 찬 10대 소년. 시리얼을 부어 먹기 위해 아몬드 밀크를 만든 아빠 뜨거운 물로 개운하게 샤워를 한 후 공부를 시작하는 소년. 항상 발랄하고 쿵쿵거리는 음악이 배경으로 깔릴 것 같은 분위기인데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소년의 아버지는 IT기업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다. 소년과 아버지는 직원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기업 캠퍼스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그런데 생활 자체가 마냥 좋아 보이지가 않고 보호를 받는지 감금이 되어 있는 것인지 모를 모호함이 있어서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소설에서 지나친 평온함이란 독자를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사로의 꼭대기에 세우는 일과 같다는 걸 우리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이미 봤듯이 배경 시간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이다. 이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가능한 일일까 싶지만 작별 인사는 복제 인간과 휴머노이드가 일상화되고 그중에서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 있다. 평온한 삶의 한가운데에 있던 철이를 밖으로 끌어낸 건 납치였다. 납치보다 철이를 더 당황시킨 건 납치의 이유였는데, 그 이유는 철이가 등록되지 않은 휴머노이드라는 것이었다. 정체 모를 괴한이 저지른 납치가 아닌 정부에 의한 연행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도 철이가 받은 충격은 덜어지지 않았다. 인간은 내가 왜 쓰임이 다해 버려진 가전제품처럼 온갖 휴머노이드들과 함께 감금되어 있는 것일까. 너무 평온했던 삶이 지루했던 적은 있었지만 그 삶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고꾸라지기를 바란 적은 결코 없었기에 철이는 매 순간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가장 괴로웠다. 철이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한반도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리뷰 및 김영하 작가

작별 인사는 김영하 작가가 살인자의 기억법을 출간한 이후로 9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책 자체는 분량이 많은 소설이 아니고 300페이지가 약간 안 되는 책인데 읽기도 수월한 편이었다. 무엇보다 소설에서 대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편이라 더 읽기가 쉬웠다. 작별 인사는 김영하 작가의 전 작품과는 달리 확실히 다른 소재의 책이었다. 책 소개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미래와 어느 날 갑자기 정신적 신체적 위기와 피할 수 없는 질문이 아닐까 싶었다. 작별 인사가 김영하 작가의 아주 새로운 작품은 아니고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에 발표하는 것을 두 배가량 늘린 것이라고 한다. 두 배를 늘렸으면 사실상 다른 작품이라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김영하 작가가 SF소재로 글을 썼다고 해서 작별 인사를 SF소설이라는 장르에 넣을 수는 없을 것 같고 소재가 SF일 뿐 작별 인사는 사람과 세상 그리고 시대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작별 인사는 내가 읽어본 김영하 작가의 소설 중 가장 호흡이 느린 편이 아닐까 싶었던 소설이다. 전작인 살인자의 기억법이 소재에 비해 그의 분위기가 잔잔하긴 했어도 호흡이 느리다고까지는 생각을 안 했는데 작별 인사는 그런 느낌을 조금 받았다. 하지만 분량이 적어지고 호흡도 달라진 작가의 소설이 불만스럽지는 않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고 작가에게도 그 변화는 동일하게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이삼십 대에 썼던 작품을 50대에도 비슷하게 쓰라고 작가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 김영하 작가는 그저 세월을 입고 변화를 겪으면서 그 변화를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의 필력은 여전하고 그런 필력이 앞으로 만들어낼 여러 작품을 모두 보고 싶다. 인간의 삶과 엄청난 발전을 이룬 인공지능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필히 마주하게 될 여러 가지 현실의 가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삶과 죽음이 있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며 때로는 슬픔을 때로는 고통을 느끼지만 행복과 기쁨 그리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이 존엄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철학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떨까? 디스토피아일까 유토피아일까. 상상을 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